[사령관 퇴임사] 39년 함께 한 하나님의 은총, 자랑스러운 구세군인

등록일 | 2016-05-16
조회수 | 2203



사령관
부장 박종덕

[사령관 퇴임사] 39년 함께 한 하나님의 은총, 자랑스러운 구세군인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역을 마무리하고 은퇴할 날은 아직 넉넉하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현직을 떠나 은퇴사관이 될 날이 코앞에 다가와 있습니다. 그래서 사령관으로서 취임사를 했었으니, 이제 직임을 떠나며 모두에게 꼭 필요한 말 한마디는 남길 수 있는 기회도 좋겠다 싶어 사역을 마무리하는 심정으로 몇 가지 정리해 봅니다.


   지난날들을 돌아보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총이었습니다. 신임부위로 첫 임지에 부임하는 것으로부터 38년 11개월이란 기간은 너무 행복한 순간들이었습니다. 아프고 쓰린 일이 왜 없었겠습니까마는, 지나놓고 보니 모든 것이 분명 하나님의 은혜였음을 절실히 느낍니다. 아프고 쓰린 것들조차 날 위한 하나님의 배려였음을 지난 시간들 속에서 확인할 수 있었기에 은총 아닌 것이 없습니다. 우리의 시간들은 여러 군우들과 사관들의 협력과 지지, 그리고 중보기도에 힘입어 과분하게 지내 온 나날들이었고, 은총의 깊이가 깊고 큰 만큼 모든 분에게 진심으로 감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책에 참여할 수 있는 행정지도자로 지낸 기간은 12년이었습니다. 경남지방장관과 서울지방장관으로 사역했었던 시간은 매우 유익했고, 보람된 시간이었습니다. 훌륭한 상급자와 지도자들을 모실 수 있었던 것은 큰 보람이자 추억입니다. 그리고 정책을 세우고 주도적으로 시행할 수 있었던 서기장관직과 사령관직은 무엇보다도 보람이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그동안 나는 구세군의 신앙과 전통이라는 핵심은 잃지 않으면서 시대에 부합하는 변화와 개혁을 추구해왔습니다. 이것이 짧은 시간이지만 한국군국을 이끈 본인의 사역에서 핵심이라면 핵심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와 개혁의 주제들은 내 짧은 소견으로부터 시작된 것이 아닙니다. 모두 오랜 세월 동안 사관과 군우들이 희망해 왔었던 내용들이 변화와 개혁의 주제와 방향이 되었습니다. 변화와 개혁은 언제나 불편스런 일들이 많이 발생합니다. 한국군국이라고 예외는 아닐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따라주고 지지해 준 모든 군우들과 사관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본래 나이가 들면 말이 많아지고, 그만두려면 하고 싶은 잔소리가 늘어나게 마련입니다. 사령관직을 물러나게 되니 노파심의 발로일까, 해야 할 말이 너무 많습니다. 그러나 후배들을 신뢰할만하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습니까? 이제 기도하며 믿는 마음으로 지켜보기만 하면 될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퇴임사에 사족을 달 일은 아니지만, 모든 구세군인에게 세 가지만 꼭 당부하고자 합니다.


   첫째, 어떤 경우에도 구세군의 신앙과 전통을 지켜나가야 합니다.


   사람마다 개성이 다른 것은 하나님께서 세우신 조화로움이며, 축복이기도 합니다. 세상의 동물과 식물마저도 각기 개성이 있고, 그것들이 지닌 생명은 독특하며 살아가는 방법도 다릅니다. 구세군이 보편적 교회에 속한 복음주의교회의 일원으로 존재하며 살아가는 것도 하나님의 뜻이며 축복입니다. 우리 주변에 있는 다른 형제교단들로부터 배울 것이 많이 있겠지만, 다른 교회와 같아지는 것은 하나님의 뜻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감당해야 할 구세군의 몫은 다른 형제교회와 같지 않습니다. 그래서 구세군인들은 자신들의 신앙과 전통을 잘 지켜나갈 수 있어야 합니다. 구세군의 조직과 정치형태, 구세군의 문화와 국제적 유대와 협력을 적극적으로 유지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구세군의 신앙적 유산으로서의 ‘성결’은 매우 소중합니다. 성결을 중심으로 한 신앙과 삶은 한국의 현실에서 현재는 물론 미래에도 구세군의 존재가치를 높일 아주 중요한 유산이 될 것입니다. 그것이 지닌 가치는 어떤 물질적 가치로도 대신할 수 없습니다.


   둘째, 시대를 초월하여 세상이 원하고 다른 형제 교단들이 원하는 구세군의 정체성은 구령에 대한 열정일 것입니다.


   이 구세군의 열정은 혈화의 영성으로 다져진 신앙적 바탕이 없이는 일어날 수 없는 불길이며 은사입니다. 그래서 구세군인은 교단적으로 혈화의 영성을 가르치고 훈련해야 하며, 구세군인 각자는 혈화의 영성이 가득한 병사로 거듭나고자 끊임없이 노력해야 합니다. 생각해 보면, 혈화의 영성과 구세군인의 열정적 신앙은 서로 비례관계에 놓여 있습니다. 그래서 영혼구원의 열정이 크면 그만큼 혈화의 영성도 깊은 것이며, 혈화의 영성이 깊으면 영혼을 구원하고자 하는 구령의 열정은 크게 타오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전투할 수 없는 군대가 더 이상 군대일 수 없듯, ‘공세적 경향’을 잃은 군대는 구세군일 수 없는 것입니다. 구세군인들은 윌리엄 부스가 무엇 때문에 하고많은 조직 중에 군사로서의 교회를 택하였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그러므로 어떤 경우에도 한국군국은 구령의 열정이 충만하고, 혈화의 영성이 충천한 구세군, 그래서 세상의 악한 세력과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공세적 경향의 영성을 지닌 구세군이어야 하며, 그 정체성을 반드시 유지해야 합니다.


   셋째, 신뢰를 잃지 않는 교회로서의 책임에 성실해야 합니다.


   한국군국은 한창 성장의 시기를 지나오면서 다른 형제교회들이 모두 그랬듯이 물량적인 것을 숭상하는 경향이 많았었습니다. 성장이 잘못된 것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그러나 성장주의가 주류를 이루던 시대를 지나  오면서 한국교회는 전체적으로 너무 많은 것들을 잃어버렸습니다. 그런데 시대가 달라졌습니다. 이 시대는 신뢰받지도 못하고 책임도 감당 못 하는 수 백 개의 사업처보다 책임을 다하므로 신뢰받는 사업처 몇 개를 더 소중하게 생각하고 가치를 부여하고자 합니다. 이런 경향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짙어질 것이 분명합니다. 하기에 구세군은 하나님께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신뢰받는 일을 중요시해야 합니다.


   하나님께 감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한국군국이 비록 교세는 작지만, 한국 사회에서 그 어떤 교회보다도 신뢰받는 교회로 지내왔다는 것입니다. 이 점은 구세군인들이 함께 자랑스러워해야 할 일입니다. 그런데 이런 신뢰가 영원한 것은 아닙니다. 한순간에 모든 신뢰를 잃을 수도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위임하시고, 사회가 기대하는 일을 감당함에 있어서, 정직하지 못하다면 한순간에 모든 신뢰를 잃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하나님의 심판도 두려워해야 하지만, 현세에서 세상의 평가도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합니다. 구세군인들은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 더욱 정직히 행하고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합니다. 대한본영에 근무하는 사관과 직원들이 윤리근무서약을 하는 것도, 공개된 건의함을 설치하는 것도 정직하게 행하고 책임을 지자는 의미입니다. 구세군은 책임 앞에 항상 당당할 수 있어야 합니다.


   끝으로, 저희 내외는 5월 31일 자로 대한본영을 떠나 공식적으로 은퇴하게 됩니다.


   은퇴 후의 계획은 개인적으로 여러 가지를 궁리해 둔 것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또한 하나님께서 허락하셔야 할 일이기에, 그분의 허락을 받아가며 조심스럽게 지내려 합니다. 한국군국은 6월 1일 자로 신임 사령관과 총재를 맞이하게 되고, 서기장관 내외도 맞이하게 됩니다. 이분들은 한국군국의 전반적인 사업을 이끌어 가기에 충분한 리더십을 지닌 분들입니다. 하나님께서 준비시킨 분들이니, 그분들을 통하여 한국군국은 그 어느 때보다도 행복한 구세군이 되리라 믿고 있습니다. 그간 모든 분들과 함께 사역할 수 있었음을 영광이요 기쁨으로 생각하며, 윤은숙 부장과 저는 지속적으로 군국의 발전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하나님께 영광 돌립니다.